[10월 90호] 물은 도심 사이를 흐른다

한참 동안 버스를 타고 물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물이 흐르는 방향에 맞춰 물줄기를 따라 걸었다.

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뿌리공원 앞에 모인 참가자들의 옷차림을 보니 그랬다.

그날은 비가 쏟아질 듯 쏟아지지 않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 그런 날이었다.

버드나무 드리운 유등천

3월 시작한 2014 대전도보여행 산천걷기가 벌써 일곱 번째가 되었다. 찬바람이 지나고 더운 여름을 보낸 뒤 다시 찬바람이 불어오던 날 유등천을 걸었다. 대전 대흥동 대고오거리에서 313번 버스에 올랐다. 버스 맨 뒷줄에 앉아있던 아주머니 넷이 유등천 걷기를 함께 할 참가자라는 것은 모임 장소인 뿌리공원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9월 2일 오전 9시 30분 뿌리공원 앞에 참가자 네 명과 진행자 이창남 (사)대전문화유산 울림 회원이 모였다. 각자 자기소개를 마치고 뿌리 공원 입구에서 유등천 걷기를 시작했다.

유등천은 충청남도 금산군 월봉산 서쪽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흐르며 금산군 작은 물줄기들을 하나로 모아 큰 물길이 되어 대전 중구 침산동으로 흐른다. 침산동으로 흘러든 물길은 지방 2급 하천에서 국가하천으로 그 모습을 바꾸며 산성동, 유천동, 도마동, 용문동을 지나 둔산2동에서 갑천으로 흘러든다.

뿌리공원에서 벗어나 안영교를 건넜다. 강 오른편(우안)에서 왼편(좌안)으로 옮겨 조금 더 걸으니 유등천비가 보인다. 2011년, 4대강 사업 당시 세운 비석에는 유등천을 설명하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창남 회원은 비석 옆으로 다가가 참가자들에게 유등천에 관해 이야기 한다.

“유등천은 하천변에 버드나무가 많아 버드내라고도 불렀어요. 유등천의 ‘유’가 바로 버드나무 ‘유’ 자예요. 버드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여인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지 않나요?”

이창남 회원의 말에 참가자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느티나무에 대해 이야기 한다. 누군가는 귀신같아 무섭다 말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어린 시절 자신의 추억을 털어놓기도 했다.

유등천을 따라 바삐 걸음을 옮겼다. 숲 속 작은 오솔길도 지나고, 풀숲도 헤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유등천 주변으로 높은 건물과 아파트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이라곤 산천걷기 참가자뿐이던 하천변에 산책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옛날에는 유등천이 지금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어요. 수량도 적고 물도 별로 깨끗하지 않았죠. 그런데 지금은 참 깨끗하게 잘 꾸며놨잖아요. 항상 달리는 차 안에서 스치듯 봤지 이렇게 직접 걸어보기는 처음이에요. 아이들이랑 산책하고 자전거 타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참가자 윤정원 씨는 독서모임을 함께 하는 친구 셋과 이날 처음 산천걷기에 참여했다. 자주 보고, 듣는 곳이지만 이렇게 직접 걸으니 사뭇 다른 느낌이라며 말을 건넨다.

참가자들은 천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건너 강 좌안과 우안을 옮겨 걸었다. 다리 밑에 모여 윷놀이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넓게 펼쳐진 물줄기와 물줄기 옆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한다.

서부터미널 앞 잡초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비석을 하나 발견했다. 남공제비라고 부르는 비석에는 1900년대 남씨 성을 가진 사람이 유등천에서 넘치는 물을 막기 위해 둑을 쌓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둑을 쌓은 사람은 목사나 지방 관리가 아닌 일반 백성이었을 거라고 이창남 회원은 이야기한다.

“‘비목비백 시존시진, 목사도 아니고 도지사도 아닌 사람’이라는 구절인데 둑을 세운 사람이 굉장히 부자였나 봐요. 원래 이 비석은 유등교 근처에 있었어요. 다리 공사 때문에 서부터미널 앞으로 옮겨왔어요.”

서부터미널에서 목적지인 태평교 네거리까지 걷는 동안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다 말다를 반복했다. 빗물은 강물 위에 동그란 원을 그리며 넓게 퍼져나갔다.

유등천은 도심 사이를 흘렀다. 아파트에 둘러싸인 강,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로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 시끄러운 도심 사이를 유등천은 제 속도로 유유히 흘렀다. 물줄기는 계속 흘러 다시 도심을 벗어나고 또다시 시끄러운 세상 속으로 흘러들어 갈 것이다. 

  

  

함께해요

총 열 코스로 구성된 ‘2014대전도보여행 산천걷기’는 매월 둘째 주 화요일 대전의 산과 하천을 걷는다. 전화나 문자로 신청하고 시간에 맞춰 출발 장소로 가면 된다. 일정과 신청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사)대전문화유산 울림 온라인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카페 cafe.daum.net/djchwoollim

(사)대전문화유산울림 042.252.2238

안여종 대표이사 010.2405.4728  


글 사진 박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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