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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3호] 인문잡지 <상상> 강명숙 편집장

지난 해 8월, 대전의 첫 인문잡지 <상상>이 창간됐다. 2011년 하반기 준비호가 나온 뒤 꼭 3년 만이다. 220쪽이라는 두툼한 분량의 잡지에는 기자, 교수, 영화감독, 시민활동가, 북디자이너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인문’이라는 프리즘에서 쓴 19꼭지의 글이 담겼다. 묵직하지만 가볍고, 진지하지만 유쾌하다. 페이지를 자꾸만 넘기다보면, 어쩐지 아껴 읽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상상>의 편집장인 대전시민아카데미의 강명숙 사무국장은 2호 발간을 준비하느라 한창 바쁜 때를 보내고 있었다. <상상>이 그러하듯 진지하지만 유쾌하고, 단단하지만 유연한 사람이었다.
“<상상>에 관해 얘기하자면 대전시민아카데미 얘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아요. 대전시민아카데미는 내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제대로 마주하고 그 이면을 들여다보자, 그리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 다양한 얘기를 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어요. 그것이 시민으로서 민주주의를 공부하는 한 방법이기도 했고요. 이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와 공부를 하게 됐는데 문득, 이러한 이야기와 움직임들을 흘려보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죠. 대전시민아카데미가 토론과, 실험, 그리고 교육의 장이라면 ‘기록’의 장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동안 황해문학, 문예비평 등 지역에서 발행하는 문예비평지는 많았지만 지역의 인문잡지는 없었기도 했고요.”
2011년 대전시민아카데미는 창간준비호를 내고 잡지 기금을 만들기 위한 첫 후원회를 열었다. 그리고 약 3년 만에 창간호를 발행했다. 3년간 진통도 있었다. 일곱 명의 편집위원으로 출발했고, 과정 속에서 일부 멤버가 들고 나기도 했다. 강명숙 편집장은 창간호 발간 약 5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골격을 만들고, 마무리 작업에 힘을 실었다.
“물론 기존의 지역 잡지나 인문 잡지와 차별화하기 위한 고민도 있었어요.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상상>은 처음부터 약간의 B급 정서를 가지고 출발했어요. 점잖 빼지 않고 솔직하게, 치부를 드러낼 수도 있는 그런 잡지요. 물론 무슨 콘텐츠를 어떤 방향으로 담아내야할 것이냐에 관해서는 계속 고민 중이에요. 하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 차근차근 해나가다 보면 자리잡을 거라고 생각해요.”
올해 5월쯤 발간 예정인 <상상> 2호 준비는 지난 해 11월부터 시작했다. 총 여덟 명의 편집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다섯 번의 기획회의를 했다. 회의가 이뤄지는 장소는 주로 ‘바깥’이다.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회의하기도 하고, 볕 좋은 날에는 잔디밭에 앉아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웃고, 자유롭게 수다 떠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상상>이 진지한 이야기를 담지만, 한결 가볍게 느껴지는 이유다.
“저는 지루한 걸 굉장히 못 견디는 성격이에요. <상상>을 만드는 일도 즐겁기 때문에 할 수 있었어요. 자료를 찾고, 필진을 섭외하고, 책을 만드는 일이 모두 처음이었지만 이를 위해 공부하는 과정에서 저도 굉장히 많이 성장하는 느낌이에요. 다음 호에는 현재의 이슈와 담론들을 좀 더 무게 있게 다루려고 해요. 대전 기반의 잡지이지만 ‘지역’의 이야기만 담지는 않을 거예요. 다음 호가 어떤 내용이냐고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개봉하기 전까지는 제목조차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죠. 이 말로 대신할게요.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다음 호도 역시 대전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할 거예요.”